무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지만 여름이 주는 낭만은 평생 기억에 남는 좋은 추억이 됩니다.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여름휴가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 좋은 여름날을 지독한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로 배를 채우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7월 말에 떠나기로 처음 계획한 여름 휴가지는 대만의 타이베이였습니다. 처음 가보는 대만여행인지라 어찌나 설레고 떨리는지 치밀한 여행계획을 세우느라 마치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정도로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를 타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날짜기 다가 올 수록 태풍 개미가 타이베이를 관통한다는 뉴스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우려했던 대로 타이베이행 비행기는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짐을 다 싸고 공항에 도착해서야 부랴부랴 새로운 여행지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서 오사카행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오사카 여행 첫날은 도톤보리에서 사진도 찍고 다음날은 교토도 가고 셋째 날은 나라 사슴공원도 가고 우메다에서 쇼핑도 실컷 하며 돌이켜 보면 여행자체는 무척 즐거웠습니다.
오사카에 오면 도톤보리에서 사진 찍기는 필수입니다. 해질 무렵이라 사진이 무척 예쁘게 나왔습니다.
오사카 난카이 난바에서 교토까지 택시를 타고 갔는데 택시비가 후들후들했습니다.
오사카 여름휴가는 다음에 구체적으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4박 5일의 여행 일정을 채워야 하는데 여행 3일 차 아침에 눈을 뜨는데 목이 칼에 베인 것처럼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저녁에 발이 아파서 슬리퍼를 구매하기 위해 도톤보리에 있는 ABC마트와 나이키를 전부 구경하러 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일하는 직원들의 기침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갑자기 일본에 코로나가 유행이라던 뉴스가 스쳐 지나가면서 불길한 마음이 살짝 들기는 했지만 얼굴을 살짝 돌리며 최대한 거리 두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7월 초에 독감 A에 걸렸던 터라 무식하게 난 면역력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까운 여름휴가를 망칠 수가 없었기에 마침 집에서 가져온 타이레놀 진통제를 두 알 먹고 마스크를 쓴 채로 신나게 여름 추억을 채우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생각해 보면 코로나 걸린 1일 차였습니다.
****일본에서 걸린 코로나 1일 차 (여행 3일 차)
목이 까슬거리고 칼에 베인 듯이 아프다.
열은 없고 몸살기운도 없었다.
침도 못 삼킬 것 같이 아팠지만 5시간 주기로 타이레놀 2알씩 먹으면 버틸만했다.
밤부터 기침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지만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일본 코로나 2일 차 (여행 4일 차)
눈뜨지 마자 기침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목이 까슬거리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팠다.
몸도 조금 이슬 거렸다.
열은 없었다.
저녁 되니 기침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밤에 폭풍기침이 날 것 같아서 저녁을 먹고 신사이바시에 있는 면세점에서 용각산을 구매해서 목이 간지러울 때마다 한 숟가락씩 퍼먹었습니다. 시원하고 화한 맛이 나고 목 아픈 것도 조금 완화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본 코로나 3일 차 (집으로 돌아오는 날)
전날 밤 밤새 기침을 하느라 이대로 죽는구나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잠들려고 하면 폐렴에 걸린 듯이 숨 쉴 수 없는 기침이 몰아서 났다.
용각산을 두 숟가락씩 퍼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열은 없었지만 두통이 있어서 새벽에 타이레놀 2알을 추가로 먹었다.
집으로 오는 날이 되었다. 다행히도 오전 비행기라 빨리 한국으로 가서 병원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비행기에서 기침 예방용으로 먹을 사탕을 작은 가방에 한 움큼 욱여넣고 오사카 공항을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한국에 도착하니 너무 안심이 됩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마자 코로나 키트로 간이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작년에 어디서 받은 지 모르는 코로나 키트는 유통기한이 조금 남았음에도 검사액이 거의 말라서 한두 방울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궁금한 마음에 코를 깊숙이 후벼 파서 키트에 떨어뜨려두고 짐을 정리해 볼까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기다릴 틈도 없이 두줄이 떴습니다. 일요일이라서 응급실과 마트에 있는 병원 둘 중에 한 곳을 갈까 고민되었지만 여행을 다녀온 후라 무척 피곤하였습니다. 또 열이 없고 목 아픈 게 조금 덜 아파진 것 같아서 다음날 집 앞에 병원을 방문할 계획으로 일단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이때까지 가족들은 아무 증상도 없었고 저는 목 아픈 이후로 마스크를 계속 끼고 있었습니다.
*****일본 코로나 4일 차 (집)
밤에 코가 막혀서 숨을 쉴 수 없었다. 액티피트를 먹었다.
잠이 들 것 같으면 깨우듯 기침이 났다. 지난번 처방약으로 먹다가 남은 시네츄라를 먹었다.
미열이 나기 시작했다.
*****일본 코로나 5일 차 (집)
목이 아프다. 코가 막힌다. 기침이 난다. 몸살이 난다. 열은 없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이 두 명 모두 목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집 앞에 있는 이비인후과를 방문했습니다. 저는 코로나 5일 차이고 아이들은 이제 시작되는 단계라 코로나 양성반응이 모두 나올 것 같지는 않다는 예상을 깨고 셋다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환자가 넘쳐 난다고 소식은 들었지만 한산했던 집 앞 병원의 수액실이 만실이 되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이와 한 침대에 누워서 수액을 맞았습니다.
*****일본 코로나 6일 차 (집)
목아픔은 덜 하다. 기침을 할 때 노란 가래가 나온다.
밤에 기침이 심해 잠을 잘 수 없어서 앉아서 잤다.
코가 막히고 코와 목 어딘가가 부은 듯한 느낌이 든다.
머리가 멍하고 기운이 없다.
*****일본 코로나 7일 차 (집)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많이 아프다. 기침을 할 때 노란 가래가 나온다.
코가 풀리지 않고 꽉 막혀 있어서 코세척을 시작했다. 축농증이 온 것 같다. 코와 귀가 먹먹해졌다.
머리가 멍하고 입에서 쓴맛이 난다.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없다.
*****일본 코로나 8일 차 (집)
밤에 기침이 덜 난다.
코가 막히고 노란 콧물이 코와 목 어딘가에 하루종일 걸려있다. 코가 잘 안 풀린다.
머리가 멍하고 입에서 쓴맛이 난다.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음식은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일본 코로나 9일 차 (집)
목이 안 아프고 기침도 나지 않는다.
코가 막히고 노란 콧물이 코와 목 어딘가에 하루종일 걸려있다.
윗니가 모두 빠질 것 같이 아프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 따뜻한 물 등 침을 제외한 입에 들어가는 모든 음식에 치아에 통증이 느껴졌다.
들어 보지도 못했던 고통의 코로나 치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가 한참 유행할 때는 없었던 증상입니다. 제가 굳이 코로나로 다시 포스팅하는 이유는 바로 이 코로나 치통 때문입니다. 코로나 감염 9일 차에 콧물과 가래가 잠잠해지고 병이 이제 거의 나았나 싶은 순간에 뒤통수를 맞은 듯이 코로나 치통이 찾아왔습니다. 아침에 물을 마시며 처음에는 이가 잠시 시린 것인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린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끔찍하게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검색해 보니 저처럼 코로나로 치통에 걸린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코로나 치통에 관해서 어떻게 치료했는지 포스팅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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